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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아픈 기억이 미래의 예방주사가 되기도 합니다. 2010년 가을, 일본 산업계가 맞닥뜨렸던 거대한 파고는 자원 배타주의가 얼마나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는지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었습니다.
1. 2010년 센카쿠 사태가 불러온 ‘희토류 쇼크’의 기억
사건의 발단은 2010년 9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충돌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중국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즉각적인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첨단 산업의 생명줄인 희토류 수출 전면 중단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과 시장의 공포
당시 일본은 희토류 소요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수출 중단 조치는 일본 내 하이테크 기업들에 유례없는 공포를 불러왔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정밀 유도 무기, 고성능 가전제품을 생산하던 공장들은 당장 원재료가 바닥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국제 시장에서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같은 핵심 광물 가격은 불과 몇 달 만에 10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자원을 가진 국가가 이를 정치적 목적의 무기로 활용했을 때,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첫 번째 대형 사례였습니다.
2. 일본 기업들이 마주했던 가혹한 현실과 산업의 위기
중국의 제재가 시작되자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즉각적인 생산 차질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구자석을 활용하는 자동차와 가공 산업의 타격이 컸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원료가 없어 라인을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자동차와 전자 산업의 가시적인 타격 사례
토요타와 혼다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핵심 부품인 구동 모터용 자석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시 프리우스와 같은 친환경 차의 인기가 치솟던 시기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기업들은 급히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중국의 통제 아래에서 물량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히타치 금속과 같은 소재 전문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성능 자석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였지만, 정작 원료인 희토류 공급이 끊기자 기술력은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일본 기업들로 하여금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곧 기업의 생존권 문제’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게 했습니다.
3.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일본의 희토류 자립 전략과 극복 과정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이 사태를 계기로 10년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단순히 중국의 선처를 기다리는 대신, 공급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2026년의 일본이 중국의 새로운 제재에도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호주 라이너스(Lyna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가장 먼저 추진된 것은 공급처의 다변화였습니다. 일본 정부 산하 기구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2011년, 호주의 희토류 채굴 기업인 라이너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당시 라이너스는 자금난을 겪고 있었으나, 일본의 지원 덕분에 희토류 생산 및 정제 시설을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현재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공급처로 성장했으며, 일본은 이곳을 통해 전체 수요의 약 30% 이상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4. 대체 기술과 도시 광산, 자원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일본은 물리적인 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돌파구 마련에도 집중했습니다. ‘원료가 없으면 원료를 덜 쓰거나 안 쓰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산업 현장에서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토류 및 희토류 프리 모터의 탄생
혼다와 다이도 특수강은 공동 연구를 통해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열간 가공 네오디뮴 자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실용화했습니다. 또한,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유도 모터나 페라이트 자석으로 눈을 돌리게 된 흐름의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동시에 일본은 ‘도시 광산’이라 불리는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버려지는 에어컨, 스마트폰, 하드디스크에서 희토류 성분을 정밀하게 추출해내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미쓰비시전기 등은 가전제품 폐기물에서 고순도의 희토류 원소를 회수하는 자동화 라인을 가동하며 자원 순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5. 과거의 교훈으로 바라본 2026년 글로벌 자원 전쟁의 미래
2010년의 사건 이후 16년이 흐른 지금, 일본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과거 90%에서 최근 50%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미나미토리시마 해저의 심해 채굴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탈중국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중국이 다시 제재의 칼날을 뽑아 들었지만, 과거처럼 일본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적 연대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일본의 극복 과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자원 안보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국가 안보 차원의 끈질긴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EU, 그리고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의 무기화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과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그 파급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16년 사투가 증명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특정 국가에 편중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민관이 합심하여 독자적인 자원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 아래 글도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2026년 희토류 전쟁, 중국의 제재와 각국의 희토류 자립을 향한 사투
※ 아래는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입니다.
조선일보: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일본의 10년 생존기
동아일보: 중국 희토류 제재가 일본에 남긴 유산
KOTRA 해외시장뉴스: 일본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과 시사점
